“55세된 동기들 58가지 이야기… 엮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건고에 1976년 입학한 동창생 이상희, 이현우, 박대수, 심진완(왼쪽부터) 씨. 위는 고교 시절, 아래는 지난주 책 출간 모임에서 찍은 것이다.

카톡으로 대화하다 의기투합
“우린 강아지에 밀린 ‘오순이’”
가족·직업 등 애환 털어놔

“친구들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문학평론을 한답시고 많은 글을 읽었지만 이렇게 감동을 받기는 처음입니다. 세련된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친구들의 진심이 누선을 자극했습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는 대구 대건고 28회 동창생 58명의 에세이를 묶은 ‘55세 고교 동기들의 58가지 인생이야기’(휴먼앤북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 대표가 1976년 ‘뺑뺑이’로 대구 대건고에 입학한 올해 만 55세 동창들의 글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은 그가 현재 출판사 대표로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반장이었던 ‘과거’가 더 큰 이유로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반 동창 10여 명이 모여 카카오톡 대화방을 열었는데 최근엔 180명까지 불어났다. 요즘 하루 평균 1000여 개의 글이 올라온다. 올해 만 55세가 됐는데 빨리 결혼했으면 할아버지가 됐고, 일찍 ‘명퇴’해 형편이 어려운 친구도 있다”는 그는 하지만 친구들의 공통점은 ‘오순이’라며 웃었다. “집에서 아들, 딸, 부인, 강아지에 이어 5순위”라는 그는 “오순이 친구들이 카톡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여름 한 친구가 수필을 올렸는데, 호응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들 수필을 모아 책 한 권 낼까 하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진담이 됐다”고 말했다. 55세 기념으로 55명에 맞추려 했는데, 58명이 글을 올려 58명의 글이 묶였다고 그는 전했다.

책에는 현장 문학평론가의 눈물을 쏟게 한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수시로 좁은 집에 많은 친구를 불러들이고, 술에 취하면 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멋지게 살라고 이야기했던 아버지를 떠올리고, 평생 아버지 빚 청산부터 자식과 시댁은 물론 친정 뒷바라지까지 하다 말년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억한다. 또 다른 고교동창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딸을 시댁에 데려다 주며 사돈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눈물을 쏟아버린 장인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숱한 일들, 지금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 어려웠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을 거쳐 이제 인생 2막의 출발점에 선 중년 남자의 불안감도 털어놓는다. “우리 시대 55세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평범한 모습들의 반영이다. 이들의 삶은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자식 세대에게 그리고 또 다른 세대들에게 우리 세대가 살아온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 했다”는 하 대표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요청하자 ‘작가, 언론인 등은 빼고 순수 아마추어의 글만 엮는다’는 원칙에 따라 자신은 글을 쓰지 않았다며 사진도 친구들의 것으로 게재해 달라고 했다. 지난주 대구에 모여 출간 기념회를 했다는 친구들의 사진은 ‘카톡’으로 보내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