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스타일링의 시작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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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모자를 쓰고 다니는 지인이 있습니다. 모자가 40여 개에 달한다는 그의 스타일링의 시작은 ‘모자’입니다. 아침마다 쓰고 싶은 모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 모자의 디자인이나 컬러를 기준으로 그날 차림의 콘셉트를 정합니다.

여기에 셔츠, 바지 등 다른 아이템들을 맞춰 입는 것이지요. 굉장히 새롭습니다. 우리가 셔츠나 바지를 매일 입는 것처럼 모자를 매일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합니다. 어떠신지요. 옷차림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정하는 기준 아이템이 있나요? 혹시 ‘어제 안 입은 옷’이나 ‘아내가 골라준 옷’, 혹은 ‘옷장에 걸려 있는 순서대로’ ‘손에 닿는 대로’ 중 하나인가요?

‘모자광(狂)’ 지인처럼 아이템 하나를 먼저 정한 후 스타일을 만들어 보는 일은 ‘멋쟁이 되기’의 좋은 연습이 됩니다. 꼭 모자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매일 착용하는 아이템이면 됩니다. 물론 옷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짓수가 좀 되는 아이템이면 좋지요. 많은 여성들은 가방이 후보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아이템이 자신의 스타일을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지을 만큼 뚜렷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발에 눈길이 먼저 갑니다. 제 신발장 안엔 구두부터 운동화까지 꽤 많은 신발이 있습니다. 신발은 전체 옷차림의 인상을 만들지요. 끈이 있는 블랙 옥스퍼드화는 ‘가장 기본적이고 포멀한 성격의 구두’인 만큼 깔끔하고 단정한 단색 슈트에 깨끗한 화이트 셔츠, 묵직한 색의 타이를 맞출 수 있습니다. 브라운 컬러의 태슬(술 장식) 로퍼를 신는다면, 일반적인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할 수 있는데요. 저라면 청바지나 면바지와 같은 캐주얼 바지에 체크 셔츠, 그리고 단정한 재킷을 매치해 볼 것 같군요.

머플러가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매일 갈아신는 양말(사진)은 어떨까요. 흰색, 검은색, 회색 말고 ‘형형색색’으로 골라 신는 재미가 있습니다. 겨울이라면 두툼한 외투를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여름이라면 땀을 흘려 매일 갈아입어야만 하는 상의로 정해 보면 어떨까요. 한 가지 아이템에서 시작해 꾸준히 입다 보면 내가 즐겨 입는 ‘패턴’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 옷장에 어떤 옷들이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이를 채우기 위해 무얼 살지 알게 됩니다. 섣불리 옷을 사게 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을 채우는 스타일링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리고 어느 순간 주변에서 이렇게 물을 겁니다. “어쩜 그리 옷을 잘 입으세요?”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