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브로커’ 알고도 또 찾는 개인회생

법조3륜, 불법 변호사 등 엄벌
불법대출 알선 근절 나섰지만
상환금 연체땐 개인회생 취소
서민들, 업체유혹에 쉽게 빠져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사건에 개입하는 법조 브로커 및 불법 명의 대여 변호사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법조 단체에서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개인회생을 인가받은 사람의 경우에도 매월 내야 하는 상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개인회생 불법 대출을 알선해 주는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최종진 판사는 30일 변호사가 아님에도 명의를 빌려 개인회생 신청 업무를 대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며, 김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조모 변호사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씨 외에도 불법적으로 개인회생 신청 업무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각각 벌금형 및 징역형이 선고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불법 개인회생 브로커 등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불법 영업을 하려는 브로커들이 늘어나면서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는 22일 재판제도개선협의회를 열어 대법원이 수집한 브로커 의심 사례를 변협에 제공하고, 청년 변호사가 개인회생 사건을 담당하도록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법조 브로커가 변호사 명의를 빌려 대출업체 알선 등을 통해 의뢰인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고 있는데, 청년 변호사는 사건 수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인회생 사건을 담당할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사람들이 브로커 업체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매달 내야 하는 상환금조차 갚지 못해 불법 대부 업체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환금 연체가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개인회생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환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대부업체에 다시 기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진 게 아니라, 개인회생 신청서만 제출된 상태에서도 돈을 빌려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출 유혹에 더욱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개인회생 담당 변호사는 “개인회생 제도 자체가 개인의 ‘회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환금 문제에 있어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이 있다면 국가적인 도움을 받게끔 해 주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며 “개인회생 인가 자체를 좀 더 까다롭게 심사해야 하겠지만, 제도에 맞추기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해 또 빚을 만드는 상황이 만연해지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