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최순실 ‘否認’ 안종범 ‘朴탓’ 정호성 ‘시인’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60) 씨에 대한 첫 재판에서 최 씨 측은 검찰이 제기한 11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이번 사건의 발화점이 됐던 태블릿PC를 증거로 신청하는 등 공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장기전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초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지난 19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최 씨 측은 기소 사항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태블릿PC에 대한 증거신청을 제기하는 등 그동안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했다. 최 씨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지 않아 검찰은 태블릿PC를 증거로 신청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최 씨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재판에 끌려다닐 것을 우려해 초반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재판을 시작하게 된 만큼 기소된 혐의점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를 들고나와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다. 재판부는 최 씨 측이 제기한 증거신청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PC에 대해 지속적으로 증거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측은 같은 날 첫 재판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대체로 시인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답변서와 배치된다.

박 대통령 측은 최 씨로부터 연설문 등의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공모 부분에 대해 정 전 비서관 측은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이란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강압적으로 헌납받는 실무 과정을 집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 측도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했고 대통령이 직접 두 재단의 이사와 임원 임명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