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력 대이동>법원 내부망서 舌戰 재점화… ‘분열’ 심화

  • 문화일보
  • 입력 2018-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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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협조 압박·자료 제출 관련
대법·행정처 대응에 갑론을박


“‘방 안에 있는 코끼리’의 문제다.” “아니다.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의 문제다.”

3일 법원 내에 때아닌 ‘코끼리’ ‘귀신’ 논쟁이 불붙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거듭된 협조 압박과 자료 임의제출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법관들이 ‘코끼리’ ‘귀신’ 등 비유적 표현으로 설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코끼리는 재판거래의혹을, 귀신은 실체 없는 허상을 상징한다. 둘로 쪼개진 법원을 보여주는 상징적 단면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담화문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법원 내부 분열이 다시 깊어지는 양상이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전날 내부망에 글을 올려 “방 안(법원)에 코끼리(재판거래 의혹)가 살고 있는데, 방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코끼리의 존재만큼이나 코끼리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방 관리자의 태평함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전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 실물 제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가 안일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원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댓글로 반박했다.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하셨는데,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면서 “그리고 ‘고스트버스터(유령 잡는 특공대)’로 나선 사람들이 그렇게 믿음직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일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재판거래 의혹이 ‘실체가 없는 귀신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 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등 일부 강성 법관의 문제해결능력에 의문을 표한 발언이다. 정원 부장판사는 “그럼에도 귀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 법원은 (영화 속) ‘곤지암’ 폐가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으로 이번 사태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도 강조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법원 내부망에 불씨를 댕긴 것은 차성안(사법정책연구위원) 판사였다. 차 판사는 지난달 2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저장 데이터 삭제 기술)하던 시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여가 어떻게 이뤄진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김 대법원장을 대놓고 겨냥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 사태를 계속 키워온 법관들이 당초 본인들과 뜻을 같이한 김 대법원장마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공격을 가하면서 법원 분열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 강도가 더해갈수록 법원은 더 깊은 분열과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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