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최진혁, 걸림돌을 디딤돌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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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맞을 채비가 분주한 세밑, 2018년의 끝자락을 달구는 드라마는 단연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이다. 고개를 꺾을 줄 모르는 시청률 곡선은 27일 방송 분량으로 17.9%를 기록했다. ‘리턴’을 넘어 2018년 방송된 주중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최진혁이 있다.

최진혁은 올 한해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배우다. 종합편성채널 MBN ‘마성의 기쁨’으로 숱한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며 시청자들의 멜로 감성에 불을 댕겼고, ‘황후의 품격’에서는 우직한 경호원 역할로 이미지를 180도 바꾸는 동시에 종편 드라마에서 느꼈던 시청률 갈증을 단박에 해소했다.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처음부터 긍정적 평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성의 기쁨’을 선택했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을 맡고, 전작인 ‘터널’로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그가 종편 드라마를 택한 것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마성의 기쁨’은 최진혁이 출연을 결정한 후 MBC로 편성됐던 드라마다. 올해 초 MBC가 각종 내홍을 겪고 드라마본부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체제가 편성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돌연 편성을 취소했고 결국 MBN과 드라맥스에 안착했다. 하지만 최진혁은 이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믿음, 공마성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적으로 증명됐다. ‘마성의 기쁨’은 네이버TV 기준 하이라이트 조회수 1400만 회를 넘기며 ‘SNS에 더 난리 난 드라마’로 불렸고, 일본, 대만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대만 아이치이 단일 플랫폼 기준으로 28일 11시 현재까지 누적조회수 913만 회로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압도했다. 그 결과 최진혁은 대만 측의 러브콜을 받고 내년 2월 말 대만 공식 팬미팅을 연다. 일본에서도 지난 6월 도쿄, 12월 오사카에서 각각 팬미팅을 여는 등 차세대 한류스타로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 최진혁이 ‘마성의 기쁨’이 끝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선택한 작품이 ‘황후의 품격’이다. 스스로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하던 그의 고백이 진심이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우려는 남았다. ‘황후의 품격’을 집필하는 김순옥 작가가 그동안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아내의 유혹’ 등 소위 ‘막장’ 드라마로 입길에 오른 작품을 주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로 주말극, 일일극을 쓰다가 처음으로 주중 미니시리즈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팬들의 걱정이 거듭됐다.

이런 우려는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여전히 ‘막장’이라 불리지만,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른바 ‘고품격 막장’이다. 이를 가능케 한 주인공은 최진혁과 장나라, 신은경을 필두로 한 출연진이다. ‘황후의 품격’의 톤과 대사, 흐름은 여전히 주말극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를 체화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명품 배우들은 ‘황후의 품격’의 품격을 높였다. 곳곳에서 실소가 터지는 설정이 빈번하지만 시청자들은 “김순옥 작가의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동시에 “최진혁, 장나라의 연기가 희극을 정극으로 만들며 드라마의 격을 높이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따지고 보면 최진혁은 계속 정면승부를 걸었다. 피해가거나 움츠리지 않았다. 여러 논란과 우려는 남다른 연기력과 캐릭터 분석을 통해 헤쳐 나갔다. 앞에 놓인 돌이 누군가에는 걸림돌이었다면, 최진혁에게는 딛고 올라서는 디딤돌이었던 셈이다. 치열한 2018년을 보낸 그의 2019년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