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남북관계 진전됐지만… 줄곧 對北저자세 논란

北 “오지랖” 발언 등 무시해도
文정부, 할 말 못하고 끌려다녀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북한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저자세’ 논란을 낳았다.

가장 최근 사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촉구한 것. 상대국가 원수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지만, 청와대는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사흘 뒤인 4월 15일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김 위원장의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사만을 꼭 집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도 2월 말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교류에 무관심한 북한이 불참한 상태에서 ‘반쪽짜리’로 치렀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sing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저자세는 북한의 남한 무시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리선권 당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외교에서는 볼 수 없는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리 위원장은 당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며 핀잔을 줬고, 언론에서 항의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마땅한 항의를 하지 않았다. 리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회담에서 지각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고장 난 시계 때문”이라고 해명하자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고 하대하기도 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두둔했다.

또 북한은 연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하면서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7일에도 “온 겨레가 소원하는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기 위해서는 북남선언의 기치 밑에 민족대단결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