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는 ‘송가인 앓이’…소외 장년층서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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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만 넘쳐났던 공연 시장
전국 트로트 콘서트 매진 돌풍
지상파·케이블 예능서 탐낼 만

“당연히 송가인이죠.”

최근 만난 예능 PD들에게 ‘섭외 1순위’ 대상을 묻자 대다수가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그들이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과 ‘시청률 제조기’라 불리는 백종원보다 먼저 원하는 이는 트로트계의 신성인 송가인(사진)이었다.

방송가가 송가인을 찾는 이유는 수치로 증명된다. 그가 우승을 차지한 종합편성채널 ‘미스트롯’ 마지막회의 시청률은 18.1%(전국 기준)로 종편과 케이블채널을 통틀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그를 전면에 내세운 TV조선 또 다른 예능 ‘뽕따러가세’의 첫 회 시청률은 6.8%였고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의 시청률 역시 5.8%로 올해 최고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KBS 2TV ‘해피투게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 예능 등도 번호표를 뽑고 그의 출연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송가인은 아이돌 일변도였던 공연 시장의 판도도 바꿔 놓았다. 그를 필두로 내세운 ‘미스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는 전회 매진을 자랑한다. 이 공연의 주된 관객층은 50대 이상, 공연 시장에서 소외되던 장년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 공연 기획사 대표는 “그동안 장년층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돈을 주고 볼만한 공연이 없었다는 증거”라며 “그 중심에는 국악 전공자에서 트로트 가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송가인의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가인은 트로트 시장도 활성화시켰다. ‘미스트롯’ 출연 후 그의 행사 출연료는 20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다른 가수들의 몸값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바캉스 시즌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공연과 행사에서 트로트 가수를 찾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몇몇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나눠 먹던 시장에 ‘젊은 피’가 수혈되며 시장 규모가 확장된 셈이다.

트로트 가수 세대교체 바람 역시 거세다. 송대관·태진아·설운도·현철 등이 4대천왕이라 불리던 구도는 2000년대 초반 장윤정이 ‘어머나’를 발표하며 깨졌다. 약 10년 후 홍진영이 ‘사랑의 배터리’로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또 다시 10년의 시차를 두고 송가인이 등장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수용자들이 즐길 장르가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며 “올드 콘텐츠로 분류되던 트로트 시장에 신예가 등장하며 젊은 수용자들까지 유입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