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사단 약진’ 후폭풍… 중간간부 34명 무더기 사표

특수통·적폐수사팀 전진배치
검찰 내부에서 동요 조짐 보여

지난달 26일 이후 50명 사표
“형사·공안은 비전 안보인다”
추가 줄사표 가능성도 점쳐

오는 6일 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권순철(50·사법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을 비롯해 34명의 중간간부급 검사들이 사의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윤석열 사단 전면배치’와 ‘특수통 약진’으로 요약되는 중간간부 인사의 후폭풍이 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가 이번 인사로 크게 동요하는 조짐이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일 고검검사급 검사 620명, 일반검사 27명 등 검사 647명에 대한 인사를 8월 6일자로 단행했다. 인사 대상자 중 권순철 차장과 장기석(48·26기) 제주지검 차장, 주진철(50·28기) 대구고검 검사, 류혁(51·26기)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김주필(50·30기) 수원지검 공안부장, 고은석(51·28기)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황종근(52·28기) 대전지검 인권감독관, 김태권(47·29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안희준(43·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 등 현재까지 총 34명이 사의를 밝힌 상황이다.

고위간부인사를 전후에 검찰을 떠난 검사장급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50명이 사표를 제출한 셈이다. 일부 검사는“형사·공안은 비전이 안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검사는 “사표를 내는 검사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 적폐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되고 ‘환경부 블랙 리스트 수사’ 등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워온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서울중앙지검의 1차장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이 발탁됐다. 중앙지검 2∼3차장 검사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 특별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중앙지검 특수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 각각 승진 부임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재판에 넘긴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안동지청장에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도 서울고검으로 발령 났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단장은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 났다. 손영배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도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가 났다.

검찰 내부는 검사장급에 이어진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인사를 수사했던 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고검장 등 6석이 공석으로 남은 가운데 ‘옥석(玉石) 가리기’를 통해 내년 초 고검장 승진인사를 다시 한 번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전·대구·광주 등 고등검사장 3석, 수원·부산 등 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석을 공석으로 유지한 것을 고려할 때 내년 1∼2월쯤 현직 검사장 3명의 고검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내년 7∼8월 정기인사 전인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고검장 승진 인사는 검사장들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며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회 인천지검장 등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들이 고검장 승진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인사 전망은 패스트트랙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내년 1∼2월 본회의에 자동상정되는 상황도 고려한 것이다. 중간평가 ‘항목’에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찬성하는지도 포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진·이희권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