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제 괜찮다지만… 경제계 “경기침체 30개월 지속 우려”

전문가 “금리를 낮춘다해도
경기 반등 하는데는 어려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때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세계 경기 침체 등 하방 국면 속에서 수출과 내수의 악화가 맞물려 장기침체 국면이 최장 기록(30개월)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 3저(저금리, 저물가, 저성장)’ 현상이 지속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인 ‘D(디플레이션) 공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 선방론 등 정부의 낙관론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해외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3%(5월 말)→2.2%(6월 말)→2.1%(7월 말)→1.9%(9월 말)로 급락했다. 해외 IB들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성장률 전망을 바꾸기 때문에 경제 상황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은 올 전망치와 함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낮추고 있어 장기 침체에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경기 수축기(2017년 9월 시작)가 내년 2분기 이후까지 계속될 경우 30개월 이상 지속하게 돼, 종전 최장 기록(29개월, 1996년 3월∼1998년 8월)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근간인 수출 증가율은 10개월째 하락하고, 제조업 고용은 18개월째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설비투자 역시 지난 8월까지 전년 대비 -11.8%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올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11번의 수축기 가운데 길면 29개월에서 짧으면 18개월로 단기 회복에 강했다.

‘경제심리지수(ESI·순환변동치 기준)’도 2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ESI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90.3을 나타내며 2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면, 경기가 좋아지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와대에서 경제가 괜찮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를 낮춘다 해도 경기가 반등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