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장도 거론한 ‘월성1호기 감사 외압’ 實體 뭔가

현직 감사원장이 흑백(黑白)을 뒤집을 수도 있는 감사 외압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를 담당한 국장을 교체한 뒤 공식회의에서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나아가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 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사원 측은 통상적 인사였고, 발언도 특정 사항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발언 내용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및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의 핵심에 속한다. 그러나 조기 폐쇄가 타당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근거가 제시됐고, 국회는 지난해 9월 감사를 요청했다.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던 월성 1호기는 7000억 원을 들인 개·보수 작업 끝에 2022년 11월까지 연장 가동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8년 6월 한수원이 긴급이사회를 소집, 조기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한수원이 이익 추계를 3707억 원에서 224억 원으로 낮춰 경제성을 축소·조작하고, 이사진은 배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률자문까지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2월 말인 법적 시한을 늦추더니 지난 9, 10, 13일 감사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감사는 쟁점이 명확하고 근거들도 대부분 공개돼 있다. 외압에 휘둘려 감사 자체가 부실했거나, 감사위원회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고, 감사위원 일부가 ‘코드’ 의심을 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감사 자체의 타당성은 물론 외압의 실체(實體)까지 명명백백히 규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