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미래리포트 2020>“원자력, 지속가능성 여부 우려” 밝혔지만… 즉각 폐쇄 등은 언급 안해

日도 ‘원전 딜레마’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자력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에서는 원자력을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로 보고 탈(脫)원전사회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만 봐도 원전은 친환경 연료인 LNG와 비교해 3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춰 선 원전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사례는 탈원전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논란을 인식한 듯 다케우치 가즈히코(武內和彦) 일본 지구환경전략연구소(IGES) 이사장은 지난 14일 “나와 IGES의 동료들은 원자력의 지속 가능성 여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양국의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참사 이후 원자력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 사회적, 환경적 손실을 경험했다”며 “(원자력보다는) 재생에너지의 의존도를 높이고 에너지 사용을 더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케우치 이사장은 즉각적 폐쇄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일본의 전력 현실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가동률이 ‘제로’로 떨어지면서 화력발전 의존율이 2013년 90%까지 치솟았고, LNG 수입 증가, 유가 상승 등으로 전력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8년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을 “중요한 베이스 로드(base load·기간) 전력원”이라 명기하고,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비중을 이전과 같은 20∼22%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에서 사실상 원전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이는 일본 정부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 덕분에 올해 일본의 원전 비중은 8%대까지 올랐지만, 일본 정부의 의욕과 달리 목표치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반(反)원전 여론이 여전히 강한 데다 올해에만 최대 5기가 안전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멈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