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에 ‘꽃차소믈리에’ 자격증… “섬마을서 꽃차 매일 마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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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선도의 김양복할머니
20차례 교육, 한번도 안빠져
“며느리들에 선물하니 좋아해”

“직접 만든 꽃차를 매일 마시고 사니 행복합니다.”

최근 꽃차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전남 신안군 지도읍의 작은 섬 선도(蟬島) 주민 11명은 예전과 달라진 일상을 21일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전남도와 신안군이 공동으로 추진한 치유농업 교육을 지난 7월부터 10월 10일까지 80시간 받고 지난 16일 자격증을 취득했다. 연령대별로는 80대가 3명, 70대 1명, 60대 5명, 50대 1명 등이다.

최고령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김양복(85·사진) 할머니는 20차례 교육에 모두 참석하고, 수강생 중 가장 먼저 19가지 종류의 차를 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 할머니 등은 지금은 폐교된 옛 선치분교에서 진행된 교육을 통해 금계국·구절초 등 꽃 11가지, 뽕나무·비파 등 잎 6가지, 비트·우엉 등 뿌리 2가지를 재료로 차 만드는 법을 배웠다.

김 할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배우는 과정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며 “한 차례도 결석한 적도 지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수료 후에도 집에서 눈에 좋다는 메리골드꽃차, 맛이 향긋한 조릿대잎차를 즐겨 마신다”며 “추석 때 집에 온, 서울 사는 두 아들 내외에게도 선물했더니 며느리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함께 자격증을 취득한 선도수선화축제 추진위원장 박영길(62) 씨는 “나도 잘 못 외우는 19가지 차 종류를 김 할머니는 잘도 외우셨다”며 “최고령에다 무릎 관절이 불편하신데도 열정적으로 배우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딴 주민 11명은 오는 30일 ‘선도꽃차연구회’를 발족해 꽃차 연구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할머니는 이 모임의 고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수선화 섬’인 선도 주민들의 심신 안정과 심리치료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이번 교육을 추진했다”며 “‘수국 섬’ 도초도, ‘맨드라미 섬’ 병풍도 등 다른 섬에서도 꽃차 교육을 확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안=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