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술전쟁 10년이상 갈 것… 韓 ‘초격차 전략’이 살 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혁(왼쪽 사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초빙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산업대전환과 미래전략’을 주제로 열린 ‘문화산업포럼 2021’에서 토론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문화산업포럼 2021 - 1세션 : 新산업 질서와 도전

기업·연구소 등 연대 통해 혁신
지속성장 위한 기술 확보 총력
분업구조 재편, 기회로 삼아야

앞으로 3∼5년 안에 결판이 날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초격차, 국내외 기업·연구소 간의 강한 연대 등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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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산업 대전환과 미래 전략’을 주제로 열린 ‘문화산업포럼 2021’ 1세션에서 연사 및 토론자들은 ‘신(新)산업질서와 도전’에 대해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경준 전 딜로이트건설팅 부회장과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초빙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 전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글로벌 분업구조 재편, 국제질서 불확실성 증가라는 위기의 삼각 파도에 휩싸여 있다”며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단발적 외부 충격이었다면 현재는 더욱 복합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런 어려움이 다 연결돼 있는데 저는 오히려 중국발 글로벌 분업구조 재편은 국내 기업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평화로운 산업 재편은 완전히 잘못 보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판은 3∼5년 사이 완전히 정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나아갈 길로 ‘탈(脫)중국, 초(超)혁신, 강(强)연대’ 등 3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특히 탈중국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 대한 판타지에 매몰돼 있었는데 유명 경제인들이 행방불명되는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중국이 소위 법치라든지 사유재산이 확보되지 않는 토대에서 성장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중국 생산법인 2020년 매출이 2016년 대비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까지 단기간에 급감했다”면서 “이 역시 중국의 경제정책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데 어중간한 (미·중) 양다리는 불가능하다 본다”며 “중국이 자체적인 기술 수준이 있어서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으면 모르지만 중국이라는 플랫폼에서 그런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만큼 탈중국, 그리고 기술 중심으로 사업 거점이 재편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시장은 혼자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 대학과의 강한 연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술경쟁 패권에 낀 한국의 살길은 미국·중국 양자 선택이 아닌 ‘기술 초격차 전략’에 있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의 이론을 소개하며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보가 필수적이고 기술이 없으면 시장도 있을 수 없다”면서 “초격차 기술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중 기술 전쟁이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일대일 대응의 맞불전략 방식으로 진행돼 어느 국가가 승리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을 ‘미국의 자유주의 하의 시장경제체제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 간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박 교수는 미·중 패권 전쟁의 원인을 중국의 성급한 외교정책과 경제산업정책 탓으로 돌렸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정책을 펴면서 ‘중진국 함정’과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은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이고 결국 기술개발 전략도 성공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개발 계획 실행률이 90%에 달할 정도”라면서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 14억 명의 노동력, 고등 인적자원 증가가 (기술개발 전략 수행에) 탄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은 건재할 것”이라면서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낮은 미국은 첨단기술 중심의 공급망 분리만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미·중 패권 사이에 놓인 국내 기업의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언급했다. 강 교수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국내 기업들이 경영기밀 유출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의 개입이 훨씬 중요해졌다. 리쇼어링(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등의 기존 정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황혜진·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