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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5일(木)
결혼은 선택, 자기계발은 필수… 명품·해외여행·취미에 지갑 여는 ‘포미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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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⑨ 문화 다양성의 주력군 <끝>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위해선 아낌없이 투자

점심시간 이용 어학강의 듣고
퇴근뒤에는 와인·골프동호회

결혼에 굳이 목매지 않으면서
취미활동 이어가며 자아실현

SNS통해 타인에게 자극받고
자신만의 만족감 충족에 몰두


세대론 연구에서 후기 산업화 세대, 정보화 세대, 88만 원 세대,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 등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30대는 거대 담론보다는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민감한 개인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과거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체로 독서나 운동, 음악·영화 감상 등 혼자만의 공간에서 많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활동 같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하지만 30대에게 이제 취미는 와인 동호회, 골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나 춤, 재테크 등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독서 등 고전적인 취미 활동도 혼자가 아닌 모임으로 하고, 재능 공유 혹은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배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30대들은 이처럼 개인의 발전과 만족, 자아실현을 위해 다양한 취미 활동에 돈을 아끼지 않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취미와 여가에 대한 투자는 나의 행복과 균형 있는 삶을 위해 사수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선택, 나를 위한 투자가 먼저 = 지난 10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 신민아가 연기했던 윤혜진은 결혼하지 않은 34세 치과의사다. 윤혜진은 서울대를 나와 만년 백수로 삶을 살아가는 홍두식(김선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흔아홉 살까지 인생 시간표를 짜 놓은 계획형 인간이야. 선 넘는 거 싫어하는 개인주의자에 비싼 신발을 좋아해. (중략) 아니 이 스펙을 가지고 왜 이러고 살아?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성취를 이루면서. 나는 현실주의자야.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나와줘야 한다고.”

요즘 30대 미혼 여성 전체를 드라마 속 인물인 윤혜진과 동일한 존재로 묘사할 순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숫자의 30대 미혼 여성은 직장에서 신입 티를 벗고 본격적으로 ‘밥값’을 하기 시작하는 위치에 올라 있다. 직장에서의 책임이 커질수록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철저히 따지며 노력해 성취한 만큼의 보상을 기대한다. 끝없이 학습 요구를 불태우면서 자기계발 거리를 찾는다는 점도 닮았다. 비슷한 또래의 기혼 여성에 비해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여유롭다는 점에서 시간과 돈의 소비처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14년째 다니고 있는 박미영(38) 씨는 올 한 해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프랑스어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필라테스 수업에 갔다. 한 달에 두어 번은 ‘원데이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꽃꽂이와 가죽 공예, 도자기 공예 같은 취미생활도 했다. 박 씨는 “‘앞으로 10년 이상 계속 커리어 우먼으로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 보면 불안해지지만 그렇다고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며 “시간이 있을 때 미리 공부하고 생산적인 취미라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존감 충전’ 등을 이유로 이따금 명품을 사는 데도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철저한 비혼주의자가 아닌 이상 늘 결혼을 고민하면서도, 결혼으로 이어지는 연애를 시작하기조차 쉽지 않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현(36) 씨는 “결혼해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이따금 ‘하고 싶은 걸 최대한 많이 하면서 결혼은 늦게 해도 된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이야기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면서 “직장에서 일에 시달리다 보면 쉬고만 싶은데,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결국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결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소비도 취미의 영역으로 =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5년 차 직장인 이모(33) 씨는 지난해 1월 골프에 입문했다. 원래 스포츠에 담을 쌓고 살았지만 직장 선배·동료들이 골프는 ‘사회생활에 필수’라며 권유했고, 지금은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 씨는 평일 연습은 1주일에 3∼4번씩 하고, 1개월에 2번씩은 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이 씨는 “꾸준히 레슨을 받고 라운드를 나가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결국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종목을 취미로 삼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라며 “‘깨백(100타 이내)’에 1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업체에 다니는 6년 차 직장인 유모(34) 씨도 1주일에 3∼4번씩 골프 연습장을 찾고 있다. 주위 친구들의 권유로 4개월여 전 골프에 입문했고, 골프채 구입 등에 250만 원을 지출했다. 유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그 비용을 고스란히 골프에 투자했다”면서 “골프 라운드를 나갈 때는 해외여행 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 애호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와인에 대한 소비도 3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60대 와인숍 이용고객 중 30대의 비중은 2년 전보다 5%포인트 증가한 41%를 기록했다. 와인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30대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만족감을 중시하고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30대의 소비심리에 맞춰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주류 특화 매장 등을 통해 국내에서 구매하기 쉽지 않았던 와인을 판매하는 등 해외 인기 와인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취미를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생계를 위한 일이 삶의 주목적이었다면 30대를 중심으로 일은 취미와 개인 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취미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취미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가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30대는 SNS 등이 보편화되면서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극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적 수준이 올라가면서 30대끼리 문화를 공유하고, 남하고 비교하며 경쟁하는 등 욜로(YOLO·자신을 위한 소비 경향) 차원에서 해외여행과 명품 구입 등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와 소비를 하는 이런 30대는 ‘포미(FOR ME)족’으로도 불린다. 포미는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가치 소비를 뜻한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이정민·김유진·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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