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기자 통신 조회가 ‘언론사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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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도입 초기부터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규모의 적정성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론사찰 문제까지 터지면서 공수처의 존폐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수처는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임을 강조했지만, 언론사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찰이란, 과거 독재정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동태를 파악하던 민간인 사찰의 한 유형이었다. 정치인 사찰, 학원 사찰, 언론사찰 등이 주로 문제가 됐으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한 억압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찰(査察)을 통해 얻은 정보는 새로운 인권탄압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민간인 사찰은 금지됐지만, 은밀하게 사찰이 행해진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법원 사찰 논란에 이어 공수처의 언론사찰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수사기관의 사찰 문제는 대선 정국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물론, 공수처의 언론사찰 문제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언론사찰처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건 아닐 것이다. 이를 언론탄압에 이용하려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어쩌면 공수처의 주장처럼 대부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얻어낸 정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게 언론사찰이 아니라고 단언하기에는 3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알려진 바에 의하면 통신 자료 조회의 대상자가 TV조선과 문화일보 등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집중됐다. 이는 중립적인 수사가 아닌 편향적인 수사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언론사찰이라는 의혹을 키운다.

둘째, 같은 기자에 대해 반복해서 조회한 것은 통신 자료의 조회가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들의 현황 파악 및 선별·배제를 위한 것이라는 공수처의 해명과 맞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기자에 대한 감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셋째, 같은 시기에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김경율 회계사에 대한 통신 자료 조회가 함께 이뤄졌다는 점도 사찰이라는 의혹을 품게 만드는 요소다. 특정한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상태에서 관할 범위 밖에 있는 기자나 회계사 등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은 사찰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과연 독재정권 하에서의 언론사찰처럼 노골적이고 강압적인 것은 아니니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잖아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관할에 속하는 사건들조차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공수처에서 이런 일까지 손대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언론사찰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못하면 공수처의 존립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 단순히 언론사찰 의혹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검찰 및 경찰과 유기적인 협력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수사의 전문성과 관련해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던 터에 이 문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공수처는 큰 기대와 함께 공수처 출범에 박수 치던 국민을 과연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정치권의 영향 때문에, 또는 공수처법에 따른 제도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