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우크라가 일깨운 대북 정보戰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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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 前 국정원 1차장

러시아군이 22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장악지역에 자국 군대를 진입시키면서 전쟁 발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지적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우려가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정보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러 간에는 상호 파괴적 위협인 고도의 기만공작과 역정보, 그리고 적진 내부 교란을 유발하기 위한 사이버 심리전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즉, 선전포고 없는 비군사적 전쟁인 하이브리드 배틀(Hybrid Battle) 정보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시·평시나 전후방 구분이 없는 피 말리는 소모심리전으로, 21세기 새로운 전쟁 개념이며 SNS 선전선동이나 여론 집합에 강한 자에게 유리한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기도 하다. 지구촌 정보 네트워크 시대에는 그만큼 적당히 타협하기 어려운 논(non)윈윈 게임이다.

현재 미·러 양국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정보 기만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오판의 위험도 크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침공 날짜까지 공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철군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전자는 내부에 심어 놓은 첩보공작망을 스스로 노출할 위험이 있고, 후자는 허위정보(false flag) 남발로 ‘늑대소년증후군’을 야기해 정보 불신만 더 키울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주러 미국 부대사를 스파이 혐의로 추방했고, 미국은 러시아 정보기관(FSB) 공작원으로 활동해 온 전현직 우크라이나 관리에게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이미 백악관에 하이브리드 배틀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타이거팀’을 구성, 각종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어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지난날 크림반도 침공과 아프가니스탄 함락의 정보 실패 교훈이 컸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은밀한 심리공작과 기만작전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전격 침공하고 합병할 때 미국은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아프간에서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을 그렇게 빠르고 쉽게 무너뜨리리라고 예측하지 못해 미군이 허겁지겁 철수하는 최악의 정보 실패도 겪었다. 영락없는 구 월남 패망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보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기력 약체인 우크라이나 군과 취약한 지정학적 여건이 패망 당시 월남이나 아프간 상황과 너무 닮은 점이 많아 사실 미국 행정부도 앞날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두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 3위인 7000명의 해킹 전력과 사이버전 수행 능력을 가지고 그간 우리의 민관군 정보통신망을 무차별 교란해 온 북한이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김정은이 호언장담한 ‘핵보검’ 과 ‘사이버 만능보검’ 양날의 칼로 대선 전후에 또 어떤 위기를 도발할지 불길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또, 한·미 연합 정보자산이 그간 연합훈련 중단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에서 문재인 정권이 시종일관 견지해 온 맹목적인 대북 저자세로 인해 국가정보원 본연의 대북 정보공작 역량과 대공 전선 사수 의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지 크게 걱정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