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의 “마지막 사명”은 원활한 대통령직 인계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둘러싸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문재인 대통령 측이 연일 충돌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러나는 대통령과 곧 취임할 당선인이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안심하고 통합과 협치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많이 가르쳐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보내 원활한 인계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말대로만 해도 불필요한 신경전과 국론 낭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윤 당선인이 꼬인 매듭을 풀 필요가 있다.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정중하게 회동을 요청하고,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최대한 협력하는 게 옳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거론한 국정·안보 공백에 대한 해법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일할 조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몽니를 계속하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두 달이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했고, 합참차장은 작전 대비 태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말고도 한국은행 총재·감사원 감사위원·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등 공직 인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민생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다. 서로 생각이 많이 다를 것이다. 가능하면 합의하면 좋고, 어려우면 그대로 남겨두거나 양측 입장을 국민에게 밝히면 된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헌법상 권한을 새삼 거론하기에 앞서 진짜 마지막 사명은 새 정부로의 원활한 정권 인계를 통해 국정 불안을 없애는 것이라는 사실부터 깨닫기 바란다. 국가 지도자라면 생각이 달라도 품격을 잃지 않고 악수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