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쓴 승객 탑승 거부하고 버스 출발시키려다 다치게 한 기사, 면허취소 부당

법원 “운전석에서는 탑승 계단의 맨 아랫부분은 보이지 않아”
“다친 사실을 알고도 도주할만한 별다른 이유도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지법 전경. 울산지법 페이스북 캡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고 버스를 출발시키려다 그 승객을 다치게 한 버스기사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이수영 부장판사)는 A 씨가 울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2월 울산 동구 전하시장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B 씨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를 타려고 하자 승차를 거부하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닫히는 버스 앞문에 B 씨 발이 끼었고, 이를 몰랐던 A 씨는 약 5m 정도 버스를 몰았다. 이 사고로 B 씨는 발목 등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B 씨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도로교통법을 적용, A 씨의 제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는 인정되나 피해자와 합의했고, 상해 정도가 가볍다며 A 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버스 앞문이 닫히기 직전 뒤늦게 피해자가 왼발을 올려놓아 문에 끼인 상태가 됐다”며 “당시 원고의 운전석에서는 탑승 계단의 맨 아랫부분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스에는 십여 명의 승객이 있었으나 피해자가 넘어졌다는 등의 사실을 인지하거나 알린 사람이 없었다”며 “원고가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고도 도주할만한 별다른 이유도 없는 만큼 이를 근거로 한 면허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