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요격 회피, 저고도 핵 타격 가능…‘3축’ 사실상 무력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김정은 직접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北核 소형경량화 완성수순

8자형 선회로 레이더망 피해
南겨냥 전술핵 운용공간 확대
사거리 2000㎞까지 확대 성공

17일새 8번째 미사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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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은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 공간이 한층 더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순항미사일은 비행궤도가 자유롭고 수십m까지 저공비행할 수 있어 탄도미사일, 방사포와 섞어 쏘면 한·미 미사일 방어망 등 3축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킬 체인), 요격, 응징보복을 말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전략무력운용공간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북한은 한·미 확장억제 전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술핵 투발 수단을 더욱 다양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전날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현지지도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험발사는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 배치된 장거리순항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과 위력을 더욱 제고하고 전반적 작전운용체계의 믿음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재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북한은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점을 과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함으로써 순항미사일의 약점인 소형 재래식 탄두 탑재에 따른 한계를 보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 성공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전술 핵무기’의 하나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언급한 뒤 성능 개량 시험에 매달려 왔음을 보여준다. 이번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달 2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17일 사이 8번째 도발이다. 북한은 8번의 도발을 통해 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이어 장거리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을 시험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 2발이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2000㎞ 계선의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주장했다. 한·미의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선회비행이 가능함을 강조한 것인데 실제로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낮게 날면서 여러 곳의 기점을 거칠 수 있고 레이더망에 쉽게 잡히지도 않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탄도미사일과 섞어 쏘면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은 무력화되고 ‘킬 체인’ 등 3축 체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도 “북한은 고도 30∼50m 초저고도로 날아오는 KN-27 개량형 등 신형 탄도미사일의 섞어 쏘기를 통해 수직·수평·초저고도·중고도로 공격해 미국의 핵항공모함 등 함정과 지상의 주요 표적을 타격해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북한의 복합전술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의 발표대로 이번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2000㎞라면 일본 도쿄(東京)와 대만 등 동북아 주요 도시 모두 북한의 사정권에 놓인다는 점 역시 지역 안보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대응책을 고민하고 구축해왔는데 이제는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