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료 파행 7주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와의 대화를 제안한 다음 날인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4일 오전까지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무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尹 대화제안에 전공의 무응답
전공의 내부“대통령 못믿겠다”
“대통령과 생방송 토론”의견도
의대교수들은 각각 전제조건
“의제없이 만나면 정치적일뿐”
의정 물밑접촉… 회동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만남을 제안한 지 3일째 인 4일 전공의들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공의 내부적으로 만남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대학교수와 대한의사협회, 전공의들이 제각각 입장을 내면서 사분오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대통령의 대화 제안의 ‘공’을 넘겨받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째 묵묵부답으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취재진은 물론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과도 제한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박 위원장을 포함해 각 병원의 대표 전공의들과 의협 비대위는 계속해서 회의 중”이라며 “뚜렷한 일정이 나올 때까지 내부 분위기를 (외부에) 전달하지 않기로 전공의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전협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대전협이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측이 만남을 위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공의 내 다수 의견이 대화에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대통령과 전공의 간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 내부에서는 “대통령·정부를 믿지 못하겠다.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증원을 재검토하고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원점에서 논의를 새로 시작하지 않고, 단순히 ‘2000명’이라는 숫자를 협상하는 자리는 사양”이라며 “정부와 언론에서 전공의들을 이기적인 악마로 묘사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전공의 B 씨는 “이미 정부도 의사도 모두가 패배한 ‘파국’ 상황에서 전공의가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억지로 끌려나가는 모양일 것”이라며 “증원 백지화 같은 조건을 내걸어도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빅5’ 병원에 재직하다 사직한 전공의 C 씨도 “대화하자는 소수의 의견도 있다”면서도 “그간 전공의 목소리는 들은 체도 안 하다 이제 와서 대화하자니, 진정성이 느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빅5 교수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신이 깊다”며 “이번만큼은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려 했던 의대 교수 단체는 “대화 자체는 환영”이라면서도 각기 다른 ‘대화 조건’을 내걸며 통일된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전공의들이 대통령 만남에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의제 없이 만난다면 정치적 의미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전날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전제조건을 대통령께서 제안해달라”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지도하던 교수들 연락도 받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다친 상태”라며 “통일된 의견을 낼 구심점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공동성명문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하자는 대통령의 호소에 이제는 전공의들이 답해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전수한·김린아·노지운·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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