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드는 ‘전국민 25만원’ 법으로 지급 강제?… 與 “명백한 위헌”

민주 ‘처분적 법률’ 활용 논란
행정부 예산편성권 정면 침해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후 ‘특별조치법’ 발의를 통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강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부에 예산 편성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안인 탓에 실제로는 ‘대여 압박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생회복 지원금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라며 “골목 상권을 살리고 민생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인데 정부가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어 (민주당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처분적 법률에 근거해 특별조치법 형태로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에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고(헌법 54조),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헌법 57조)’고 규정한 헌법을 고려하면 처분적 법률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행정부를 건너뛰어 전 국민 현금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야당의 의도를 ‘명백히 위헌’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처분적 법률은 특정한 개인 등에 집행되는 예외적인 사례에 적용될 뿐,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나 유권해석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이미 편성한 예비비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에 잡힌 예비비는 총 4조2000억 원으로, 이 중 2조 원가량이 가용한 일반 예비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1조 원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13조 원이 투입되는 25만 원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키더라도 결국은 추경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정부·여당과 야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윤석·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