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장편 작가에 제 이름도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윤빈 첫장편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인공장기로 노화 없는 미래 그려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제주 해녀들을 연상시키는 모계 사회의 노동과 우주적 세계관을 연결지은 작품 ‘루나’로 중단편 부문 대상을 차지한 서윤빈(사진) 작가가 첫 장편소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래빗홀)을 출간했다. “한국의 괜찮은 장편 작가라고 하면 제 이름도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웃음 짓는 서 작가를 지난 1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서 작가의 첫 장편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은 인공장기 구독을 통해 수명이 최대 100년 가까이 늘어나고 노화를 겪지 않게 된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의 원천은 일상에 있었다. “게으른 생활을 하다 문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니 좀 더 부지런히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건강해지는 몸이 왠지 이질적이더라고요.” 서 작가는 건강한 몸을 보며 특유의 냉소적 시선으로 ‘건강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연적 노화가 아니라, 인공장기 구독료 누진으로 인해 돈이 부족해지면서 스스로 사망을 선택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유산을 노리고 사랑을 연기하는 ‘가애’ 일로 인공장기 구독을 갱신하며 삶을 이어가던 주인공 ‘유안’이 같은 가애인 듯하지만 전혀 다른 태도의 ‘성아’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고뇌하는 모습을 담았다. 책은 일명 ‘SF-로맨스’의 모습이다.

서 작가는 “고령화와 저출생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죠. 그런데 사람들이 저출생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과연 영화 ‘맨 오브 칠드런’이 그리는 어린아이 자체에 대한 소중함일까요”라며 물음을 던졌다. 이내 “소비 규모가 유지돼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수명이 연장돼 계속 일하며 살 수 있는 것도 실현 가능한 해결책이겠죠”라고 답한 서 작가는 “그런 세상이 분명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설 속 세상은 분명 인구 소멸과 노화라는 사회와 인간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사라진 모습이었지만 결코 즐거움만 가득하지는 않았기에 서 작가의 소설은 책장을 덮었을 때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서 작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SF 작가다운’ 포부를 남겼다. “언젠가 분명히 우주 시대가 올 거예요. 그럼 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품고 우주로 나가겠죠. 그래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쓰는 건 제 꿈인 ‘우주 정복’을 위해 ‘우주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