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좌파 집권당 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왼쪽) 후보와 우파 야당연합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구 1억3000만 명의 멕시코는 오는 6월 2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를 진행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좌파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우파 야당연합의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여성이기에 ‘가부장적 문화’를 보유한 멕시코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셰인바움 후보는 여당인 모레나의 창단 멤버로 출마 전까지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을 지냈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인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멕시코 매체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셰인바움 후보는 1995년 우남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다.
셰인바움 후보는 에너지 산업과 기후 분야를 공부했고,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권에 입문했다. 셰인바움 후보를 장관에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 후보는 2006년까지 시 장관을 지내며 이름을 알린 데 이어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동참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에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1위를 유지했다.
갈베스 후보는 원주민 가정 출신이다. 40년 가까이 멕시코 정계를 주무른 제도혁명당(PRI)을 비롯해 국민행동당(PAN)과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까지 포섭한 우파 중심 ‘빅텐트’에서 연합 후보로 나섰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에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길거리에서 타말(멕시코 전통 음식)을 팔며 생계를 도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갈베스 후보 역시 우남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프로그래머로 지내다 스마트 인프라 시스템 관련 사업가로 크게 성공했다. 기업 운영 수익으로 아동 영양실조 퇴치와 원주민 여성 경제자립을 돕는 재단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원주민 의상과 자전거를 즐겨 이용하는 갈베스 후보는 서민, 청년, 원주민, 소외계층과의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약도 빈부격차 해소와 경찰제도 개선을 통한 치안 안정화 등 현 정부에서 비판받는 정책에 대한 대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셰인바움 후보와 갈베스 후보의 약진으로 멕시코는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제3지대 야당 시민혁명당 소속인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38) 후보의 경우 남성이지만, 그는 두 여성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뒤처진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소속정당 유세장 무대 붕괴 사고 여파로 선거운동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국가로 꼽힌다. 2019년이 돼서야 개헌을 통해 헌법에 성평등적 요소를 넣었다. 그러나 최근엔 공직 사회 내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1월엔 189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대법원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인바움 후보와 갈베스 후보가 정계에 입문할 무렵인 2000년대 초반엔 멕시코 상원 의원 5명 중 4명이 남성이었으나, 현재엔 다수가 여성이다.
2012년 멕시코 주요 야당(PAN)의 첫 여성 대선후보였던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 상원 의원은 지난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가부장적인 나라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멕시코 역사를 나누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남미에는 온두라스와 페루에 여성 대통령이 있다.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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