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최소한의 ‘남북 대화채널’도 없다

남북간 위기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터놓고 얘기하거나 공식적으로 논의할 채널은 과연 있는가.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1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관계 큰 틀은 대화에 의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것이라는 명분을 갖고 대화를 촉구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행히도 박 기획관이 언급한 ‘대화채널’에 대해 통일외교안보 당국은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이다. 현 상황에서 한마디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재 공식 대화창구도 막혀 있는 상황이고, 이른바 비선(秘線) 라인도 이명박 정부 들어와 거의 붕괴됐다는 게 냉정한 현실론이다. 고작해야 금강산 관광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아산 정도를 통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북한과 접촉할 루트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북측은 현재 남은 유일한 대화창구인 판문점에서의 전통문 수령도 거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이처럼 남북간 공식창구는 닫혀 있다. 북한에 쌀이나 옥수수를 주는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논의하려 해도 북측이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오랜동안 이 문제로 전전긍긍해왔다. 더구가 이번 총격사건과 관련해 북측은 대화 제의 자체에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다. 접촉은 커녕 오히려 한치의 양보없는 성명전을 벌이면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는 형국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같은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남북한 당국이 대화할 채널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새 정부 들어 남북간 대화 채널이 완전 마비됐음을 인정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도 “남북한 모두 대화라인들이 교체되면서 단절된 상태”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구축했던 막후 비선라인은 새 정부 들어와 인사가 단행되면서 사라진 뒤 재구축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시간의 접촉과 신뢰가 전제돼야 비선라인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요원하다는 평가이다.

이에다 북한의 안팎 사정과 전략적인 판단도 채널 구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북측은 현재 북핵신고, 대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미국과 직접 논의하거나 북핵6자회담이라는 다자틀 속에 안주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유화파의 외교라인 대신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실도 악조건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북한에서는 대남라인이 전면 교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대화파들이 ‘남한 정세 판단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 숙청됐다는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국간 대화 단절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총격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