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영화>범인보다 형사의 심리 다룬 수사물

★숀 코너리의 신문(EBS 4일 오후 11시10분) = 인간 내면 또는 사회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수작들을 연이어 만든 시드니 루멧 감독의 걸작 형사물.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경찰영화로는 드물게 범인을 잡는 과정을 추적한 게 아니라,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형사의 심리 상태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한 영화다. 강력사건에 파묻혀 살아온 만년 형사의 직업병을 추적하는 경찰 심리 영화인 셈이다.

영국 베테랑 경찰관 ‘존슨’ 경사는 오랫동안 경찰로 일해오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정신세계 속에 폭력성과 잔인함이 축적된다. 경찰인 그는 항상 자신이 범죄자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존슨 자신도 범죄자와 별 차이가 없으며, 단지 그의 폭력성은 내부에 감춰져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존슨은 아동성추행 사건을 맡게 되고 동료 경찰관에 의해 ‘박스터’란 이름의 용의자가 검거된다. 박스터를 취조하는 도중 존슨은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자 박스터는 존슨의 내부에 감춰진 폭력성을 즉각 감지한다. 결국 취조 도중 존슨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해서 박스터를 폭행하고, 병원에 실려 간 박스터는 사망한다. 이 사건 이후 존슨의 부인 모린과 냉정하고 유능한 수사관 카트라이트는 존슨의 공격성 뒤에 감춰져 있는 원인을 찾아내려 애를 쓴다.

1972년에 제작된 이 영화의 존슨 경사는 루멧 감독의 ‘사랑과 슬픔의 맨하탄’(1990년)의 ‘브래넌’ 경위와 연결된다. 일에 있어서는 완벽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의 브래넌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덮어주려 한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