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매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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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제품인 남성용 소변기에 서명을 더한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미학을 선언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 그리고 화장실 변기를 주목한 기획전이 색다른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뒤샹의 변기에 대한 오마주’전이 진행중인 갤러리로얄은 화장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로얄&컴퍼니(옛 로얄토토)의 서울 강남 매장에 자리잡은 전시공간이다.

기업들이 문화마케팅 및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자사 건물에 별도의 전시장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상품 매장의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매장속 갤러리’운영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적 명품브랜드인 에르메스코리아를 비롯, 로얄&컴퍼니의 로얄갤러리 외에 맞춤주방가구 전문회사인 넵스, 침구류 전문의 이브자리도 자사 건물의 쇼룸을 미니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 3층에 대규모 전시장인 아틀리에에르메스를 갖추고 매년 신진작가 대상의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후보자 3인전 등 전문 전시장 수준의 굵직한 현대미술전을 펼쳐왔다.

이 밖에 커피전문점, 빵집 등도 매장의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며 고객 대상의 다양한 볼거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로얄빌딩 2층에 자리잡은 갤러리로얄의 경우 그동안 최진욱, 김봉태, 이문주, 노준, 김경민씨 등의 개인전 외에 11일까지 전시하는 ‘뒤샹의…’와 2009년의 ‘상상하는 토일렛’전 등 화장실 제품의 이미지를 주목한 특별기획전을 연 1회 마련해왔다. 큐레이터 한진희씨는 “전시때면 2층의 상설전시장 외에 건물 입구, 지하 상품매장 및 2층 레스토랑까지 전시장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주방가구 전문인 넵스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사 사옥 쇼룸을 활용한 ‘세라믹 디자인 포 리빙’전을 9일까지 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제1회 넵스마스터피스골프대회 기간에 제주도 골프장에 국내작가 18명의 작품을 설치했으며, 미술과 골프의 만남을 시도한 작품을 서울 사옥의 지하 1층 전시공간으로 옮겨 전시했다. 올해에도 8월19~22일 제주 클래식골프장에서 열리는 골프대회때 미술품을 전시하고 이어 9월 한달 동안 서울 사옥에서 작품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침구류업체 이브자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 5층을 2008년 5월부터 이브갤러리로 운영해왔다. 큐레이터 양민지씨는 “침구회사의 특성을 살려 텍스타일 국제공모전을 매년 10~11월에 실시하고 40세 이하의 신진작가를 발굴·지원하는 한편, 지역의 아마추어 작가에게도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중”이라고 소개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 1월부터 예술의전당점에서 한국 전통문화학교(교장 배기동)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전시중이다. 이밖에 홍익대 정문점에서 홍대 미대생 작품전을 수시로 진행해왔으며, 부산의 해운대 하버타운점에선 부산 지역 화가들의 드로잉 작품전을 열었다.

한편 커피전문브랜드 할리스커피는 포스코 사거리점을 미니갤러리로 활용, 여성화가 최영란씨 개인전을 10일까지 연다. 김대연 할리스커피 마케팅팀 부장은 “고객들이 음료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 및 공연 등 문화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빵집 뚜레쥬르도 매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연출, 매장속 미니갤러리에 자사의 광고모델인 탤런트 구혜선의 작품을 전시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