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파탄 “지방의회도 책임 크다”

성남시의 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지방재정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지방의회 의원들이 단체장들의 예산낭비성 사업을 제대로 된 검토없이 승인하거나 의회 경비 등 혈세를 마구 사용해 지자체의 재정악화에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날치기 처리및 사업승인 = 경기 성남시가 지난 2006년 12월 3222억원짜리 초호화 시청사 건립을 결정할 당시 예결위원회에서 시청사 이전 예산 271억원을 삭감했음에도 불구, 다수당인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자료실에서 관련 예산안을 기습 상정, 날치기 처리했다.

채무가 5800억원에 달하는 경기 시흥시도 지난 2008년 군자지구 개발을 위한 토지매입비(4900억원)를 시의회가 승인해주었는가 하면 안양시의 수의과학검역원 부지 매입(1200억원)안도 4기 시의원들이 통과시켜줬다.

특히 강원 태백시가 황지동 일대 479만9000㎡에 2884억7000여만원을 투입해 골프장·콘도·스키장 등을 조성한 ‘오투리조트’의 경우 지난 10년간 누적적자가 1216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는 태백시의회가 주변지역 민간 운영 리조트가 40여 개나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승인해준 결과다. 경남 산청군의회도 2013년 세계전통의학 엑스포 개최 및 한방산업 관련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매입과 2009년 지방교부세 감액에 따른 세입결함 보전을 위한 지방채 발행(70억원)을 최근 승인해주었다.

◆ 의회청사와 보좌관제 추진 = 인천시의회는 2008년 70억원을 들여 시의회청사 옆에 의원연구실을 갖춘 지상 6층 규모의 제 2청사를 증축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지난 2000년 440억원을 들여 시청사와 함께 신축한 경기 양주시의회 청사(2600㎡)는 시의원 7명의 개인 사무실을 꾸미기도 했다. 시·도의회의에서 ‘유급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가 지난해 유급보좌관제를 국회에 건의한 데 이어 광주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의장단은 보좌관제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 의정비인상 및 외유성 해외연수 = 지방의원 유급제실시 이후 자치단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의회비 비중이 전국평균 0.3%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 의회 경비가 11억2400만원으로 총예산의 0.77%를 차지하고 있으며 충북이 88억원(예산대비 0.3%), 울산시가 44억원(0.3%)을 지난해 의회비로 사용했다.

경기 의정부시는 의정비를 지난해 3521만원에서 3996만원으로 13.5%를 인상하는 등 전국 246개 자치단체 가운데 10곳이 의정비를 인상해 논란이 됐다. 또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경기도의회 의원 14명은 지난 6월 3차에 걸쳐 베트남 등 위로성 해외연수를 떠나는 등 올해 전국 자치단체 의원 해외연수비용은 86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 활동비 축소와 예산감시기능을 포함한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강구하고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1월부터 운영키로 했다.

의정부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

증평 = 고광일·산청 = 박영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