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부작 일일극 ‘잘 키운 딸 하나’ 착한 드라마 맥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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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SBS ‘못난이 주의보’는 시청률로만 따지면 저조한 성적을 거둔 드라마였다. ‘막장 전개’를 펼치며 같은 시간대 전파를 타는 KBS ‘루비반지’나 MBC ‘오로라 공주’에 비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밀렸던 것.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해 가는 진실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못난이 주의보’는 그러나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열렬한 고정 팬을 확보했었다.

‘못난이 주의보’ 후속으로 방송되고 있는 SBS ‘잘 키운 딸 하나’(사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200년 넘게 이어온 가업 ‘황소간장’을 물려받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아들로 위장해 성장한 딸 장하나(박한별 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성공스토리를 그린다. 남장여자 캐릭터 장하나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과 가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 희망의 드라마가 되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야왕’ ‘추적자’ ‘49일’ 등 화제의 드라마를 연출한 조영광 PD와 ‘태양의 신부’ ‘장화홍련’ 등 인기리에 방영된 일일드라마를 집필한 윤영미 작가의 만남도 기대를 모으게 하는 배경이다.

조 PD는 “자극적인 설정들로 이목을 끌기보다는 시청자들과 조금 더 맞닿아 있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다. 인고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제맛을 내는 간장과 닮은 인생의 철학적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일 첫 방송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인환, 이영범, 윤유선, 김지영, 이혜숙 등 중견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생 황소간장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장판로(박인환 분)와 그의 아들 장민석(이영범 분)-주효선(윤유선 분) 부부, 황소간장의 허드렛일을 하는 변종순(김지영 분)과 딸 임청란(이혜숙 분) 모녀를 중심으로 앞으로 펼쳐질 큰 그림의 밑바탕이 그려졌다.

하지만 2회 만인 3일 방송에서 ‘막장 대사’로 우려를 낳았다. 이날 방송에서 장판로는 며느리 주효선이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다. 장판로는 “아들을 기다려 왔는데 더는 참을 수 없다. 이제 임신조차 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아들 장민석을 닦달했다. 장민석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 아내가 아이를 유산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장판로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혼해라. 새 아내와 아들을 데려와라. 그게 어렵다면 후처를 들여서 아들을 얻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청란이 아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장민석과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했다. 주효선이 아들을 낳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큰돈을 챙기기 위해 장민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총 120부작인 이 드라마는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단계.

하지만 ‘못난이 주의보’가 낳은 착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향후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