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大入 시안>수·정시 통합하면 전형기간 단축… 절대평가땐 변별력 하락

- 5가지 개편案 살펴보니…

1·2·3案, 전형요소 ‘단순화’
지원기회 6회로 줄어들수도
김상곤 “교육부 입장은 없다”

여러 쟁점 모두 나열한 시안
교육부“국민 소통·의사결정”
‘민감문제 책임 회피’ 지적도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5개 모형은 모두 대입 단순화·공정성 지향,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견수렴 결과 학생·학부모는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원했고, 학교 현장은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며 “대학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부가 제시한 5가지 모형 중 수시와 정시 모집을 통합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모형이 국가교육회의에서 채택될 경우, 입시제도는 일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날 교육부가 제시한 5가지 모형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국가교육회의에서 단일안을 정하는 데도 숱한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오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논의에 대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5가지 모형 장단점 ‘제각각’=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대입 전형 기간은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되고 대입 전형 기회는 현재 최대 9회에서 6회 내외로 줄어든다. 수시와 정시 통합으로 전형 기간이 축소되고 전형요소가 단순화·정량화되는 점은 기대효과로 꼽힌다.

반면, 전형 기회가 축소되고 면접·실기 일정 중복으로 학생의 선택권이 제약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시·정시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등 관련자들의 우려보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더 높은 만큼 ‘통합’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수시·정시 통합을 위해서는 현재 11월 셋째 주인 수능 시험일을 2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시안 5가지 모형 중 3가지 모형(1·2·3안)은 수시·정시 통합을, 4·5안은 수·정시 분리를 대입 개편 방향으로 잡고 있다.

수능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견해차가 큰 만큼, 국가교육회의의 최종안 결정까지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현재 영어, 한국사 2과목만 절대평가인 현재 수능 평가방식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수능 점수 경쟁 완화로 수능에 대한 수험생의 부담이 완화되고 국어, 수학, 탐구과목 중심의 편중학습·사교육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능 중심의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한 수능 변별력 감소를 우려하기도 한다.

모형1·4안은 절대평가 전환을, 2·5안은 상대평가 유지를, 3안은 수능 원점수를 제공하는 안을 담고 있다. 교육부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수시·정시 통합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하는 모형 1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깜깜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가 절대평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넘어야 할 산이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종과 논술이 확대되고 학생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5가지 안 중 교육부가 생각하는 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상곤 부총리는 “5가지 모형 중 어느 것도 교육부의 입장이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실험, 국가교육회의 과제=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놓고 교육계에서는 교육현장에서 논란이 된 주요 쟁점을 망라하고 여러 개선책을 나열하는 수준의 입시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로서 책임감을 갖고 ‘백년대계’ 교육 정책의 핵심인 입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한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가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공론화해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국가교육회의에서 폭넓은 논의를 할 수 있고,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단순하고 공정한 학생 중심의 입시제도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지지해 주면 우리 교육은 멀리 내다보며 한 발 한 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능 절대평가’ 공약 번복 논란에 대해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책 내용에 포함한 경우도 있었지만, 취임 후 국정과제를 정할 때는 국민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정과제에)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든 정책이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됐지만, 이제 국민과 소통하는 쌍방향 의사 결정방식으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