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오세창이 수집한 ‘근묵’ 국가문화재 지정신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 서첩·목록집 등 신청
포은 정몽주·추사 김정희 등
유명인물 1136명 글씨 총망라

서울시는 독립운동가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 선생이 수집한 서첩 ‘근묵’(槿墨·사진)을 국가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냈다고 11일 밝혔다.

선생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일제강점기에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묵은 선생의 나이 80세인 1943년 묶은 서첩으로, 현재 성균관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 유명 인물 1136명이 남긴 글씨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 서첩이다. 고려 시대 충신 포은 정몽주부터 근대기 서화가 이도영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의 글씨체를 담고 있다.

수록된 필적(筆跡)은 서간(書簡) 724점, 시(詩) 359점, 제액(題額) 15점, 기(記) 10점, 부(賦) 7점, 서(序) 5점, 화제(畵題) 3점, 증언(證言) 2점, 비명(碑銘) 2점, 발(跋) 2점, 찬(贊) 1점, 잠언(箴言) 1점, 법어(法語) 1점, 표제(表題) 1점, 유지(諭旨) 1점, 물목(物目) 1점, 종명(鐘銘) 1점 등이다.

대표적으로 조선 시대 국왕 ‘정조’가 창덕궁 후원의 상림(上林)에 담배를 재배한 것을 친척에게 자랑하며 하사한 물품 목록과, 아내를 잃은 지인에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슬픔을 참는 비법을 알려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편지, 조선 시대 전별연(餞別宴)에서 주고받은 송별시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연작시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근묵에 포함된 작품 중 일부는 비교 대상이 없어서 진위 판단이 어려운 데다가 1943년 만들어진 서첩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대해 오랜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우리 역사를 풍미한 인물들의 작품이 모두 담긴 근묵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했다”며 “인명사전 역할을 하면서 역사학자 등 많은 연구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