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개인정보보호법이 되레 사생활 침해”

국무회의 시행령 개정안 의결

‘본인동의 없이 정보제공 조항’
진보단체 “개인정보유출 우려”

행안부 “데이터 활용 활성화”

앞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처음 수집한 목적과 관련이 있고 △정보 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안전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경우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추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하지만 현재도 공공·민간기관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빈발한 상황에서, 충분한 보호수단 없이 사업자의 개인정보 활용에만 초점을 맞춰 시행령이 개정됐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국민 사생활 침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행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와 그 정보의 추가적 이용과 제공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가명 정보의 결합과 반출 기준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28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수집목적과 관련성, 개인정보 수집 정황 또는 처리 관행에 비춘 예측 가능성,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지 여부, 가명처리 또는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 등 4가지 사항을 고려해 개인정보 추가 이용 또는 제공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시행령은 개인정보 일부를 재가공했거나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가명정보도 결합해 반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가명정보를 결합하려는 개인정보처리자는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전문기관에 신청서를 내야 하고, 가명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선 결합전문기관 내 기술적·물리적 조치가 완료된 ‘분석공간’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요구한 ‘데이터 산업 활성화’ 필요성을 반영한 시행령 개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보성향 시민단체에서 시행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행안부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11개 시민단체는 27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 취지는 데이터 활용에 맞춰졌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