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보안법 관련 중국관리 4명 추가 제재

미국 대선 이후 첫 제재 조치
中, 홍콩 야당의원 제명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시행과 관련된 중국 및 홍콩 관리 4명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섰다. 대선 결과 불복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정책에서도 ‘마이 웨이’ 행보를 보이자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열어 홍콩 야당 의원 4명을 제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날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민주 진영 탄압에 관여한 중국 및 홍콩 관리 4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4명은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 덩중화(鄧中華),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 새로 설립된 국가안전공서 리장저우(李江舟) 부서장, 에드위나 라우 홍콩 경무처 부처장, 리카이와 경무처 국가안전처 고위 총경 등이다. 이들은 미국 내 여행이 제한되고 미국 내 모든 자산은 동결된다. 미 대선 이후 첫 대중 제재인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번 조치는 홍콩인들의 자유를 빼앗고 홍콩의 자치를 훼손한 핵심 인물들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미국의 결의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풀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국무부 등은 지난 8월 홍콩 보안법 제정 및 시행을 이유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11명의 고위 관료를 제재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신정부 출범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해왔는데, 이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홍콩 관련 문제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에서 홍콩 야당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매체들이 전했다. 밍바오(明報) 등은 의원직 박탈이 거론되는 의원은 앨빈 융·？카키·데니스 궉·케네스 렁 의원 등 4명이라고 전했다. 이들 의원은 당초 9월 6일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홍콩 헌법인 기본법 미준수 등을 이유로 선거 출마 자격이 박탈됐으나 입법회 선거가 1년 연기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등으로 홍콩 의회를 마비시켰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전인대 상무위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생활하는 홍콩인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소를 설치하는 내용의 홍콩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