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지식재산권 범죄 사건’ 대전지검으로 모은다…전문화 시대 열리나

특허범죄 중점 대전지검, 관할 문제로 강제수사·공소유지 한계
지식재산권 송치 건수 증가…제도 개선 시급

정부가 특허 등 지식재산권 범죄와 관련, 특허청·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대전지방검찰청 기소→대전지방법원 1심 재판→특허법원(대전 소재) 2심 재판으로 이어지는 ‘지식재산권 범죄 형사사건 관할 집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 범죄는 수사기관과 재판부 모두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하기에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는 거점 수사기관과 법원인 대전지검과 대전지법에서 사건을 맡아 사건 처리의 효율성이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 대검찰청 등이 대전지법에 전국 특허 사건의 중복 관할을 부여하고, 그 항소심을 특허법원의 전속관할로 하는 방안(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전문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2015년 11월 대전지검을 특허범죄중점검찰청으로 지정했고, 2018년 2월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를 설치했다. 2019년부터는 지식재산권 사건 중 법적·기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전국 검찰청으로부터 이송받아 대전지검에서 수사한 후 관할 법원에 직무대리 기소를 하는 방식의 ‘전문사건 직무대리 기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건 당사자들이 동의해야 전문사건 이송이 가능하고, 전문사건을 이송하더라도 관할 문제로 강제 수사에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가 직무대리로 사건을 기소하더라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법원을 오가며 공소유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박승환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은 최근 특허법원에서 열린 ‘특허법원 관할 집중의 보완·개선 방안’ 토론회(특허법원·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주관)에서 “대전지검에서 지휘하는 특허청과 문체부의 지식재산권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관할의 제약이 없이 전국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나 이를 송치받아 기소하는 대전지검으로서는 대부분 사건을 전국에 있는 검찰청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향후 지식재산권 및 영업비밀 침해사건 송치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에는 전문성을 갖춘 검사(지식재산 수사경력 검사·변리사 자격자·이공계 출신 등)와 수사관을 우선 배치하고, 특허청으로부터 심사·심판 경험이 풍부한 서기관 6명을 파견받아 ‘특허수사자문관’으로 배치해 연평균 200건가량의 자문의뢰 건을 처리하고 있다. 박 부장검사는 “2021년 한 해 동안 특허청, 문체부 특사경이 666명을 대전지검에 송치했는데, 제도 개선을 통해 형사사건 관할 집중이 시행되면 ‘특사경 수사→대전지검 기소→대전지법 1심 재판→특허법원 2심 재판’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사건처리의 전문성, 효율성, 신속성이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프랑스, 태국, 필리핀 등에서는 지식재산권 전문법원 또는 전문부서로 형사사건 관할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6대 고등검찰청 산하 지방검찰청 중 3곳(부산·광주·대구)에는 지식재산권 전문 부서가 없어 전문역량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대전으로 특허 관련 형사사건이 집중될 경우 원거리 조사에 따른 사건 당사자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은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원격화상 조사, 영상녹화 조사, 이메일 조사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