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 무혐의 밝혀져도 무조건 10일간 구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수완박’ 법안 시행되면…

① 구속 등 강제수사에 대혼란
② 피의자 도주해도 수사 못해
③ 구타·고문… 인권침해 우려
④ 살아있는 권력수사 ‘올스톱’

지난해 경찰은 동거 여성을 납치·감금·성폭행한 혐의로 피의자 A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A 씨에 대한 추가 조사와 CCTV 분석, 다수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동거녀가 피의자를 무고한 사실을 확인해 A 씨를 곧바로 석방했다. 하지만 앞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A 씨처럼 수사 중 무혐의가 밝혀지더라도 10일 동안 무조건 구치소에 갇혀 있어야 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전국평검사대표회의에선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 발생할 이 같은 실무상 문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먼저 구속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대혼란을 우려했다. A 씨 사례처럼 현재 경찰이 구속 송치한 사건을 수사해 혐의가 없거나 구속 필요성이 없을 경우, 검사는 구속기간 만료 전 구속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에선 피의자가 무혐의인 사실이 밝혀지는 등 구속 필요성이 없더라도 검사는 구속을 취소할 수 없다.

수사권 박탈에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 가평 계곡살인 사건처럼 경찰이 불구속 상태로 송치한 후 피의자가 도망간 경우에도 검찰이 강제수사할 수 없게 된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도주한 이은해·조현수 씨를 공개수배와 통화내역 확인, 계좌추적 등 직접 수사를 통해 추적 단서를 확보했다. 평검사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도망간 피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일체 활동을 할 수 없고, 경찰에 검거만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의 피의자 및 피해자 인권보호 기능도 사라진다. 지난 2010년 양천경찰서 경찰관 5명은 경찰서 사무실에서 절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21명에게 자백 강요를 위해 구타와 속칭 ‘날개꺾기’ 고문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유치장 특별감찰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검수완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경찰에 시정조치 요구만 할 수 있다. 또 경찰관 범죄 수사를 위한 영장청구도 불가능해진다. 수사권이 박탈되면 당장 대형 부정부패 비리 사건이 ‘암장’된다. 대장동 특혜 의혹부터 월성 원전 수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올스톱’, 경찰에 이관된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