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패 가를 공천 사령탑… 압력 굴하지 않는 ‘뚝심’ 필수[Leadership]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5 09:12
  • 업데이트 2024-01-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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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Leadership - 여야 공천관리위원장들

與 법조·野 원외인사 주로 영입
총선 앞 가장 주목받는 자리지만
한계 뚜렷 ‘빛좋은 개살구’ 평가도

현역·다수 예비후보 낙천 불가피
선거 패배땐 책임론 피하지 못해
권력 아닌 국민의 잣대여야 성공

2004년 한나라당 김문수 ‘성공적’
대표 불출마·중진 험지行 끌어내
盧 탄핵 역풍속 121석 기사회생

4년전 민주당 원혜영도 ‘대승’
“친문 위주” 비판도 있었지만
‘패자 승복’ 이끌며 180석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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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총재’가 군림하던 때 오롯이 당권을 거머쥔 이의 몫이었던 ‘국회의원 공천’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선발로 바뀌어 가며 공천관리위원장의 위상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청와대)이나 당권을 쥔 당 대표의 의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공관위원장의 특수성에 따라 ‘리더십’을 보여준 공관위원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공관위원장은 안정적인 공천을 진행해 뒷말이 나오지 않거나 ‘시대정신’에 걸맞은 화끈한 ‘컷오프’와 ‘발탁 인사’를 단행한 경우였다. 반면 지나치게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사심’ 담긴 공천을 한 경우에는 선거 패배는 물론 본인이 그간 쌓아온 정치적 성과마저 단번에 무너뜨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권력이 아닌 민심과 여론을 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그간 공관위원장들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왼쪽)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공관위원장은 ‘빛 좋은 개살구’? = 총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인사 발표는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다. 공관위원장 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당의 공천이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관위원장이 당 대표 혹은 대통령(실)의 요구나 압력에 굴하지 않을 ‘뚝심’과 ‘추진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당 안팎에서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 선임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안이다.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어떻게든 공관위원장에 유력한 인사를 찾아 줄을 대려 하기 때문”이라며 “공관위원장은 무엇보다 이런 유혹이나 회유에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과 원칙, 또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실제 선거에 돌입할 경우 당 대표나 선거관리위원장이 주목받지만 사실상 총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는 ‘공천’을 통해 만들어진 ‘대진표’, 즉 ‘구도’이기 때문에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사실상 승패를 좌우한다고 평가하는 인사들도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공관위원장’ 자리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실권을 가진 청와대나 당 대표 측의 요구를 어떻게 공관위 전체회의에서 별 탈 없이 관철시키느냐가 공관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위상에 비해 실제 권한에선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총선 공천 때마다 공관위원장보다는 사무총장이나 외부의 인사가 실제 공천을 주무른다는 ‘설’이 사실처럼 퍼져나가는가 하면, 청와대나 당권파 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천 혹은 ‘컷오프’ 명단대로 실제 공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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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법조인 또는 정치인, 野는 주로 원외 인사 =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고려대 교수를 공관위원장에 앉혔다. 단 정영환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민의힘), 임혁백 고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더불어민주당) 모두 그간 두 당의 공관위원장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주로 법조인이나 신망받는 내부 인사를 기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에는 검찰 출신 안강민 변호사가, 말기인 2012년에는 고검장 출신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공관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친이(친이명박)계가 득세했다는 평이, 반대로 2012년에는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을 쓸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소장파인 김문수 의원에게 ‘공천 칼자루’를 쥐여줬다. 2016년과 2020년에는 당 원로급인 이한구 전 원내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은 주로 야권의 신뢰를 받는 재야인사를 기용한 경우가 많았다. 2004년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8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 박재승 변호사가, 2012년에는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맡은 게 대표적이다. 단 2016년에는 당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중도 성향 홍창선 전 의원을 공관위원장에 임명해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2020년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원혜영 전 의원이 원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공관위원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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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선 긋고 민심 좇으면 성공했다 = 공관위원장은 직을 내려놓은 뒤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자리다. 현역 의원을 끌어내리고 공천을 희망하는 다수의 인사를 낙천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특히 최근 두 차례 총선 패배에 공관위원장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2016년 ‘이한구 공관위’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던 김무성 당시 대표와 갈등을 겪으며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을 밀어붙인 결과 원내 다수당을 민주당에 내줬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한구 공관위가 사실상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라고 토로했다. 2020년 공천을 두고는 ‘사천’(私薦)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나눠 먹기 공천이 이뤄졌고, 그 결과가 역사적인 참패, 그리고 확 떨어진 의원들의 역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에서 패배한 2008년과 2012년 공관위 활동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81석을 얻는 데 그친 2008년 박재승 공관위는 ‘박재승의 난’이라 불릴 정도로 동교동계(김홍업·박지원), 친노무현계(이상수·안희정), 정동영계(이용희), 손학규계(신계륜·설훈) 등 당 주류를 ‘물갈이’했다. 2012년 강철규 공관위원장은 당시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간섭에 불만을 품고 공천 심사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는 2004년 김문수 공관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 공관위원장은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고했고, 강남 출마를 저울질하던 홍사덕 원내총무를 경기고양일산을로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참패가 예상됐던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기사회생했다. 180석의 역대급 승리를 거둔 4년 전 민주당의 원혜영 공관위원장은 친문(친문재인) 위주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경선을 통해 패자도 승복하는 기류를 만들어내며 큰 잡음 없이 공천을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자신을 임명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잣대로 공천을 한 경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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