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 위한 ‘뉴머니’ 수혈… 금융권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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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보험사·캠코 투입 전망

은행·보험업권 “부실우려 여전”
자금투입 후 본궤도 못올랐을때
임직원 면책 등 인센티브 기대

꽉 막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은행과 보험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투입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부실 사업장은 캠코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곳은 은행·보험사가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방식의 ‘뉴머니’를 수혈해 추후 경·공매로 쏟아져 나올 부실 사업장들을 정리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정작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은행·보험업계가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자금을 넣었는데도 PF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경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면책 범위 등 ‘유인(인센티브)’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주 초 발표할 PF 정상화 방안에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의 토지 가격을 낮춘 뒤 은행·보험권의 신규 자금을 유도해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핵심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는 돈이 제대로 돌도록 숨통을 틔워주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캠코에 사업장을 넘겨 신속히 정리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은행·보험권에 신디케이트의 ‘캐피털콜(한도 내에서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돈을 붓는 것)’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 방식은 운용사가 사업장을 선정하는 탓에 정작 자금을 낸 금융사는 어떤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는지 직접 관여하기 어렵지만,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금융사가 사업장을 직접 심사할 수 있고 시장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과 보험사들은 뉴머니 투입에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경기다. 금융권은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부동산 경기 흐름상 PF 사업장에 대한 부실 우려가 여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일단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사회적 책임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제1 금융권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업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국이 금융회사에 제공할 인센티브 범위에 따라 부실 사업장 매각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당국은 신규 자금에 대해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융사들은 신규 자금 투입 후 부실에 대한 금융사 면책 인센티브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연체율 리스크와 관련된 제재나 내부 징계 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포함한다면 시장에 부담 없이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격의 문제”라며 “당국이 실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이견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