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인의식 부재가 낳은 빚더미 公企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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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 / 연세대 교수 · 경제학

최근 공기업(公企業) 개혁이 뜨거운 감자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사실 공기업 부실경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거 정권들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알면서도 쉽게 손을 못 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기업의 부실경영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공기업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누적된 적자와 이를 메우기 위한 높은 부채(負債) 비율에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 수준과 복지 후생의 혜택, 그리고 다른 직종에 비해 안정된 고용 구조를 고집하는 도덕적 해이에 있다.

공기업 부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약 500조(兆) 원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부채는 악화일로(惡化一路)이며, 이 때문에 국가의 재정이 위협받을 지경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매우 낮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부채 500조 원을 더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의 70% 수준으로 치솟아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특히, 앞으로 더 늘어날 복지 수요와 함께 고령화로 인한 연금재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이미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공기업은 또한 인적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주도하면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우수한 대학 졸업자들이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미 오랜 관행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젊은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기업들 역시 진취적이고 의욕 있는 젊은이들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우선, 한국의 공기업은 다른 모든 나라의 공기업이 그러하듯이 연성 예산 제약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주인이 없는 기업이다 보니 적자가 나도 책임질 사람이 없으며, 결국에는 정부가 그 적자를 보전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공기업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형 국책사업을 공기업들이 덤터기로 수행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됐다.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 사업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적자가 남에도 전력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인사에 정치적인 입김이 지나치게 개입해 능력 있는 전문가보다는 정권의 공신들이 기관장을 맡는 관행이 팽배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물론 보다 강력한 관리를 통해 방만경영을 시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보다도 근본적인 개혁은 시장의 원리에 맞는 가격 및 경쟁 정책을 도입하고, 지난 정권들이 하지 못했던 민영화 개혁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개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귀감이 될 사례는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의 국영기업 개혁을 주도했던 주룽지 총리가 될 것이다.

주 총리는 취임과 함께 100개의 관(棺)을 준비했다고 한다. 99개는 부패하고 무능한 탐관의 관이고, 1개는 자신의 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각오로 국영기업 개혁을 주도한 그는, 5000만 명이 넘는 국영기업 종사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국영기업의 숫자를 70% 이상 감축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이러한 개혁 덕분에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의 적자 보전에 쓰이던 재정을 아껴서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제 발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제2의 주룽지 총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