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명령 철회, 약하다고 착각말라”

펜스·볼턴, 이란에 잇단 경고
폼페이오 달려가 ‘反이란 전선’

이란 “5월에도 드론 영공침범”
對美 강경 맞대응…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명령 철회에도 이란의 미 무인정찰기(드론) 격추를 둘러싸고 일촉즉발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반이란 전선 구축을 위해 급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길에 올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이 연이어 대이란 경고에 나섰지만 이란은 지난 5월에도 미군 드론이 영공을 침입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중동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중동 위기 국면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미국을 출발했다. 그는 출발에 앞서 “이란에 대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협력할지, 어떻게 하면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에 맞서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을 아우르는 국제적 동맹을 구축할지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상기시킨 뒤 “(이란과) 전제조건 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28~29일)를 전후해 24~30일 인도, 일본,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중동 일정을 추가한 셈이다.

외교 행보와 함께 미 행정부 핵심당국자들의 대이란 경고도 잇따랐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의 자제를 결단력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 역시 “이란은 미국의 신중함과 분별력을 나약함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며 “대이란 군사행동은 차후로 유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가 예고대로 24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정부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재래식 전면전으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란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비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은 미군 드론이 과거에도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며 강경 맞대응을 이어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MQ-9 리퍼 드론의 궤적이 담긴 지도를 공개하며 “5월 26일 MQ-9 리퍼 드론 침입을 포함해 선박 공격을 이란에 전가하기 위한 고속정 구매와 통화 등 많은 증거는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이라는 덫으로 몰아가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B팀은 볼턴 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대이란 강경론자들을 일컫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