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괴’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알바그다디 이미 퇴물, 후계자도 선정”… IS조직 부활 가능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슬람국가 수괴인 알바그다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당뇨·고혈압 앓던 알바그다디
압둘라 카르다시가 실세 꼽혀
점령지 잃고 자금원도 끊겼지만
美 철수 따른 일부 IS 포로 탈출
이슬람 극단주의 신봉자도 여전
점조직식 테러 위협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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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미군 공격에 사망하면서 한때 이라크·시리아에 걸쳐 영국과 맞먹는 크기의 영토를 자랑했던 IS의 세력 확장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IS가 후계를 정하고 조직을 정비해도 본격적인 세 회복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알바그다디 사망, 미군 철수로 촉발된 시리아 북동부 혼란 등이 IS가 활기를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테러단체 가운데 인터넷과 SNS 활용에 가장 능했던 IS가 세계 곳곳에 뿌려놓은 극단주의 이념과 테러 실행 콘텐츠에 따른 자생적 테러 가능성도 상존한다.

27일 뉴스위크, 더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26일 IS의 수장 알바그다디가 미군 공격으로 숨진 후 ‘교수’라는 별칭을 가진 압둘라 카르다시(나이 불명·사진)가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보 당국자는 뉴스위크에 알바그다디가 생존해 있을 때도 미군 공습에 따른 부상과 당뇨·고혈압 등에 시달렸던 그를 대신해 카르다시가 IS의 작전이나 일상적인 운영을 사실상 통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IS의 홍보매체 알아마크는 지난 8월 알바그다디가 카르다시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카르다시는 이라크 국경도시 탈아파르에서 출생한 투르크족 출신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그는 알카에다에 몸담았다가 2014년 IS가 모술을 점령하자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카르다시가 후계를 이어받고 조직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IS가 전과 같은 세력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지난 3월 최후거점 바구즈를 빼앗기면서 이라크, 시리아에 걸쳐 있던 점령지를 모두 잃은 데다 자금원까지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바그다디 사망이 오히려 미국 등 국제연합군의 공격에 밀려 위축됐던 IS가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찰리 윈터 국제급진문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IS가)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달 내에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남은 유산을 확보하고 통합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IS가 알바그다디의 죽음으로 사기가 떨어지기보다 오히려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S에 앞서 중동 테러조직을 이끌었던 알카에다와 결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브루스 호프만 조지타운대 교수는 “그들(테러조직)은 신의 섭리에 따른 투쟁으로 보고 있어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 등 시리아 북동부의 혼란스런 상황도 IS의 준동 가능성을 높였다.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IS 대원들을 포로로 수용하고 있지만 최근 혼란을 틈타 이미 100여 명 이상이 탈출한 상태다. 시리아 난민촌에 수용된 IS 대원들의 가족 중 상당수도 알바그다디가 유포한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을 신봉하는 상황이다. 시리아 알홀 난민촌의 IS 대원 가족인 움 라잔은 “신의 의지는 그를 이어 1000명의 알바그다디가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IS가 더 이상 중동지역에서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도 인터넷을 통한 이슬람 극단주의 유포, 테러 선동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서 자생적 테러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유포로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자발적 IS 대원을 끌어들였던 IS는 폭발물·무기 제조, 테러 모의, 실행 등을 담은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유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알바그다디는 사라졌지만 중동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동 등에서 IS발(發)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