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최악 사법파동 주역들이 정치하러 가”

김태규 판사 SNS에 비판 글
“여전히 법관탄핵 말하며 간섭
외려 사법부 독립에 毒 될 것”

“정치인의 길을 갔으니 이제 법원에 간섭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피길 바란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SNS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한 판사들이 잇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한 것과 관련, “정치인으로의 길을 선언하고도 여전히 ‘법관탄핵’을 말하며 안에 남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법원 안팎에서 ‘정치판사’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건국 이후 최악의 사법파동과 그 일부 주역들의 향후 거취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폭로하며 ‘법관 탄핵’ ‘외부로부터의 법원 개혁’ 등을 주장해 온 이수진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와 이탄희 전 판사의 여당 입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앞서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도 지난달 17일 법원 내부망에 총선 출마 법관들을 향해 “법의를 벗더라도 몸은 이미 정치인이었던 것”이라며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모임 구성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대한 논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탄희 전 판사, 김기영 헌법재판관, 김영식 법무비서관 등 같이 등산을 했던 2017년 2월 ‘산행 5인방’이 산행 당시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시환 전 대법관을 양 전 대법원장 후임 대법원장으로 추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법원장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고, 김기영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018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으며 김영식 전 판사는 지난해 2월 법관에서 물러났지만 3개월 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됐다.

한편 이수진 전 판사는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법개혁을 21대 국회에서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정치에) 나왔다”며 “사법부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사그라들면 합의점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올해 1월 현직 판사로 퇴임한 이후 변호사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권으로 직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