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이란 압박 ‘마이웨이’… 난감한 文정부

줄타기 외교전략 한계 봉착
원유수급 차질 등 우려 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까지 중국과 이란 등에 제재 홍수를 퍼부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중 사이에 낀 문재인 정부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성과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 악화한 중동 정세와 미·중 갈등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만한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대중 경제 의존도를 의식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략이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해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반중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와 화웨이 5세대(G) 보이콧 등을 골자로 한 반중 기술 협력체인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에 동참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추가 대중 제재로 미·중 경제 전쟁이 격화하면 선택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중동 정세가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한국·이란 관계에 부담이 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의 관심사가 한반도 문제에서 멀어지고 북한 역시 대미 협상을 서두르기보다 정세 관망으로 기울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이 왔지만 업무 파악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1월 20일까지 엄청난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국방장관이 추진하던 정책들이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전진배치된 미군의 조정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현안이 많은 한국 정부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중국·중동 등에서 국지전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고, 중국 내 사정은 바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원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사람 자르기이고 제재는 행정 명령이어서 차기 행정부가 뒤집기 쉽다”고 말했다.

김영주·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