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윤석열 발목 잡는 ‘윤석열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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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실언’으로 연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개 행보 시작 3주 만에 ‘말’로 구설에 올라 대권 주자로서의 신뢰감 저하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일 대구를 찾아 “코로나19가 초기에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잘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전언의 형식이었지만, 여권에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공격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여당 대변인이 ‘대구·경북 봉쇄’ 발언을 한 것을 두고도 “철없는 미친 소리”라고 비판했다가 지나치게 거친 표현을 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9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는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한 게임업체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현장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에 공감해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언 논란이 이어지면서 야권에서조차 윤 전 총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 전 총장을 향해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당내) 경선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아무리 사과하고 해명해도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10년 전 말실수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정치인이다. 모두의 눈과 귀가 항상 쏠려 있는 야권 1위 주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권 후보의 실언이 계속되면 말은 무게를 잃고, 후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검사 윤석열의 절제된 명언이었다.

최근 몇 마디의 실언은 그의 절제된 언어에서 나오는 품격을 모두 갉아먹고 있다.

이후민 정치부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