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장동 그분’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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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지칭되는 제20대 대선은 역대 최고의 네거티브 선거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되던 것이 대장동 의혹이다. 만일 이 아킬레스건이 해결된다면 대선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후보가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경제 분야)에서 ‘대장동 그분’이 자신이 아니라 조재연 대법관이라고 말했던 것은 이런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진실’이 무엇이냐에 있다. 과연 조 대법관이 ‘대장동 그분’이 맞으며, 이 후보는 무관한가?

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구체적으로 부인하고, 법적 대응까지 시사함으로써 이 문제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진실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법조인 출신인 이 후보가 왜 충분한 법적 증거도 없이 현직 대법관을 지목하는 무리한 발언을 한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마도 진실의 확인은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후보의 승부수일 수도 있다. 어차피 대선 전에 밝혀지기 어려운 문제라면 이 시점에 자신이 ‘대장동 그분’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대장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모든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함께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한 다음 3가지의 법적 문제점이다.

첫째, 공개토론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과연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이 허위로 밝혀진다면 대법원은 그때와 같은 판단을 할 것인가? 둘째, 이 후보가 당선된 이후, 대통령 취임 전에 그 발언이 불법인 것으로 확인될 때는 당선무효 등의 법적 제재가 가능한가? 셋째,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헌법 제84조의 재직 중의 형사소추 면제로 인해 처벌이 불가능한가?

결론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3·9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의 제재는 가능성이 희박하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더욱이 불가능하다. 물론 탄핵소추 등의 법적 제재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수를 생각하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결국, 공개토론에서의 허위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대법원의 잘못된 판단이 부메랑이 돼 현직 대법관을 공격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발언이 대선 전략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의 신속한 기자회견으로 인해 이 후보의 발언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조 대법관의 반론이 매우 구체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반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분명한 사실은, 대장동 의혹은 여전히 이번 대선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남게 됐고, 다시금 대장동 문제가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다는 점이다. 과연 이 후보가 이런 상황까지 계산에 넣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남은 것은 국민의 판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