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쌓아두고 세금은 ‘모른척’ … 개인 최고 125억원 압류

2년간 압류 가상자산 2598억
경기 530억 최다…서울 178억
수도권, 전체 압류액 30% 달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년간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가상자산 규모가 2600억 원에 달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 및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압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2022년 국세·지방세 체납에 따라 압류된 가상자산은 총 2597억914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세 체납에 따른 압류분이 1763억 원, 지방세 체납 압류분이 834억9144만 원이었다. 압류를 통해 징수된 체납액은 841억3799만 원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압류액은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가 530억4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가 178억3790만 원, 인천시가 54억6029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압류된 가상자산이 전체 압류분의 30%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이어 대전시(26억2911만 원), 충남도(9억2852만 원), 전북도(8억1659만 원) 순이었다. 과세 당국은 지난 2020년 하반기에 가상자산 징수를 도입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압류를 개시했다. 거래소 조회를 거쳐 체납자의 계좌나 자산 자체를 압류하고, 이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압류한 가상자산을 현재 거래가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개인 기준으로 가상자산 최고 압류액은 125억 원에 달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방세 14억3000만 원을 체납해 비트코인(32억 원)과 리플(19억 원) 등 20여 개 가상자산 124억9000만 원가량(평가액 기준)을 압류당했다. 경기도의 B 씨도 지방세 체납으로 가상자산 86억000만 원을 압류당한 뒤에야 체납액을 납부했다. 또 C 씨는 국세 기준으로 가장 많은 39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압류당했으며, 국세청은 체납액(27억 원) 전액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훈 의원은 “수억 원의 자산이 있음에도 세금을 체납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며 “법과 정책으로 가상화폐의 안정적 투자환경은 보장해주되, 세금에 있어서는 공정한 조세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