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日, 침략국서 파트너로”… DJ처럼 한일관계 ‘새 지평’ 열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대국민 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표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해법안과 관련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무회의서 ‘결단 배경’ 설명

“가치 공유·안보 경제 협력
한일 국민교류 年 수백만명”
원고지 6장분량 대부분 할애

1998년 ‘DJ - 오부치 선언’은
‘교류협력 물꼬 터’ 평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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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998년 10월 일본 국회를 찾아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강조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협력과 교류의 장으로 회복시키는 첫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고지 6장 분량의 모두발언 대부분을 국민에게 양국 협력 및 교류 현황, 강제징용 해법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 국민의 교류 현황은, 우리 국민의 방일은 코로나 전인 2018년 753만 명이었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2019년에도 558만 명에 달했다”며 “일본 국민의 방한은 코로나 전인 2019년 327만 명에 달했다. 일본 국민은 코로나 여행 규제가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꼽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교역 규모,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비율 등도 상세히 소개한 뒤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던진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 국빈 방문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해 한·일 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도 이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계승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16∼17일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선언문이 도출된다면 한·일 양국의 갈등 역사를 넘어 동북아 평화 유지와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경제적 번영을 위한 방안이 주로 담길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 해법 마련으로 역사적 앙금을 풀고, 한·일 정상회담에선 주로 미래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양국 협력 강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일본 피고 기업들의 직접 배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발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일본분과위원 등 한·일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려 정부 해법 추진을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이달 중후반 피해자 또는 유족 등이 참여하는 릴레이 발표회를 연다.

김윤희·김유진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