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선생님 붙은 건 존경 의미… 계속 들을 수 있을지 묻고 싶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진료 정상화 촉구 서명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의사들의 진료 거부 중단을 촉구하는 ‘100만 명 목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 서명운동서 쓴소리

“본분 지켜야 공감 얻을 수 있어”
“자리이탈하는 건 자질 없는 것”

“의사 뒤에 붙는 ‘선생님’은 존경심을 담아 부르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가 의사들의 진료 거부 사태를 해결하고 의료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100만 서명운동’에 14일 오전 기준 온·오프라인에서 1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의료 현장에서 집단 이탈한 전공의뿐만 아니라 사직 등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날 100만 서명 운동 온라인 페이지에 따르면, 시민 김모 씨는 “어떤 상황에도 환자를 외면하지 마세요. 의사의 본분은 생명윤리(환자 중심의 의료윤리)를 지키는 것”라며 “본분을 책임지면서 의견을 내야만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민도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들이 자리 이탈을 하는 건 의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6945명의 시민이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치료가 미뤄진 환자들이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촉구하는 절박한 호소도 있었다. 병원에서 암 전이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한 환자는 “의사가 수술을 최대한 당겨야 한다고 하는데 3월 수술도 불확실하다고 한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폐암을 진단받았다는 권모 씨도 “수술해야 하는데 외래진료 예약 자체가 안 된다.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사들이) 돌아오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픈 가족을 걱정하는 보호자들의 절규도 이어졌다. 박모 씨는 “집사람 제발 뇌수술 받게 해달라. 날짜 잡고 취소되고 또 한 달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모 씨도 “저희 아이가 계속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은 ‘3분 진료’ 등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의사들의 불친절한 태도와 특권의식을 꼬집기도 했다. 전모 씨는 “몇 개월 전에 예약해서 몇 시간씩 기다려 의사를 봐도 1분도 안 돼 진료실에서 나온다”며 “검사만 잔뜩 하고 병원비만 비싸다. 그런데 파업까지 하다니 우리같이 아픈 환자는 죽으라는 거냐”며 그간 쌓인 불만을 토해냈다. 백모 씨도 “모친이 신경통을 앓고 있어 병원 가려면 3개월을 기다리고, 복도에서 다시 1시간을 기다려 교수를 보면 3분 잠깐 보고 쫓기듯 진료실 나오기를 반복했다”며 “의사 증원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모 씨는 “의사들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정부도 대화의 장을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정부는 협의 과정을 통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병원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는 의료인들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지금 힘들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응원한다”며 “그토록 원하던 간호법이 이번에는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모 씨도 “갑과 갑의 싸움에 희생되는 간호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